D-78 1년 반 전, 가을. 나는 더이상 이 곳에서 버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직속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결국 그만두지 못하고 1년 반을 더 여기에 머물렀다. 합리화를 위한 여러가지 핑계들 중 나를 가장 두렵게 했던 것은 가난해지는 것이었다. 돈없이는 좋은 딸이, 독립적인 여자친구가, 멋진 이모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퇴사를 번복할 만큼 심각한 공포였다. 그렇게 퇴사를 포기한 후 1년 6개월동안, 나의 머릿속에서는 퇴사라는 두글자가 단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수입이 나올 구멍을 만든 후에 안정적인 퇴사를 하는 것을 목표로 나는 퇴근 후에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했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직군에 있으면서, 수입이 나올 구멍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