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국은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구)에서 55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흔히 IMF라 부르는 이 사건은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영화는 국가 부도 사태를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시작된다. 뒤늦게 사태를 인지한 정부는 급히 비공개 대책팀을 꾸리지만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이해관계를 주장하느라 뜻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처음 이 위기 상황을 인지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시현(김혜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위기를 기회로 나라를 개편해야 한다며 IMF와의 협상을 주장한다. 아마 영화를 보는 내내 국민을 속이고, 뒤에서 불리한 협상을 체결하는 재정국 차관과 경제수석의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모습 때문에 화가 치밀 것이다. 결국 누구도 그들을 말리지 못했고, IMF(사실은 미국이 그 뒤에 있다)가 원하는 모든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대가로 550억 달러라는 큰 돈을 지원받게 된다.
한국은 이후 IMF의 권고에 따라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전환 등을 감행하였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많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상실감 속에서 영화는 갑자기 2017년으로 이동한다. 20년 후 또 다시 닥친 경제 위기 속에서 시현은 다신 IMF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IMF는 많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그 위기를 겪어낸 사람들 중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힘을 한 데 모아 빠르게 빚을 상환하고 IMF에서 벗어난 경험을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재정국 차관을 다시없을 역적으로 만드는 데 모든 포커스를 맞춘 것만 같다. 시현의 다짐처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면, 악당을 만들어 욕하게 하기보다 이런 위기 속에서 국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나라에서도 못하는 걸 한 편의 영화에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
IMF 이후로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며 공무원의 인기가 치솟았다고 한다. 공무원이 꿈인 나라는 발전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한순간도 정체되지 않고 계속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새삼 국민이 가진 저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느껴진다. 언젠가는 나도 엄청난 국민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최소한 역적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내 맘대로 별점> 재미 ★★☆☆☆ 어렴풋이 알고 있던 IMF라는 사건의 내막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연기 ★★★★★ 모두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폐업 위기의 공장 사장 역할을 맡은 허준호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참신 ★★★☆☆ IMF라는 유명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특별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이야기라 흥미롭다. 몰입 ★★☆☆☆ 인물들이 한가지 면만 가지고 있는 느낌. 스토리도 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어서 조금 지루하다. 웃음 ☆☆☆☆☆ 웃음기 제로. 슬픔 ★★★★☆ 가정과 직장의 몰락.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극단적인 선택. 그 절망감을 그대로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감동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혹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불쾌 ★★★★★ 힘없고 돈없는 나라가 어떤 수치를 겪어야 했는지 지켜보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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