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수트레스 2021. 5. 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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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9

나에게 출판번역가를 꿈꾸게 해 준 서메리 번역가는 퇴사 후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라는 책을 썼다.

제목만 보고도 이건 나같은 사람을 위해 출간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지독한 공감과 함께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서메리 작가가 말하는 회사에서 불행했던 이유들은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니거나,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상사의 지시와 다른 직원의 협조 없이는 처리 불가능한 일들, 차라리 내가 하면 빠를 텐데 남이 해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들, 메뉴도 속도도 남에게 맞추어야 하는 불편한 점심식사 등등.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누군가와 협업해야하고,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당연한 만큼 협업이 힘들고, 내 취향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괴짜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오랫동안 잘 숨겨왔다. 무능력한 상사, 협조가 되지 않는 직원들, 막말을 쏟아붓는 민원인들. 누구를 대할 때도 나는 사회적인 사람인 척 침착하게 굴었다. 물론 앞으로 30년쯤 더 사회적인 척하며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 생긴 대로 살고 싶었다.

내가 조직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조직의 틀 안에서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나의 결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사항들은 윗선의 결정을 따라야 하니까. 나의 적성과 능력과는 상관없이 인사부서에서 가라고 하는 자리에, 가라고 하는 때에 가서 주어진 일을 해야한다. 나의 내일을 내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만큼은 책임질 자세도 되어 있다. 정말이지 나는 백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그래서 나는 프리랜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서메리 작가는 프리랜서에 도전할 수 있는 자질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1. 회사, 학교, 혹은 가정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인가?
2. 늘 정해진 기한을 지키는가?
3. 불편한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발휘하는 편인가?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YES다. 다행히도 이것으로 도전할 자격은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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