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
나는 오류를 꽤 잘 잡아내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틀린 맞춤법을 고쳐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꼬장꼬장한 성격이 일을 할 때도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 서무로 일하며 자료를 취합하는 입장에 있었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내가 직접 만드는 자료는 별로 없었고, 각 담당자가 만든 자료들을 꼼꼼히 지적하며 정확히 취합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전문이었으니까.
그런데, 서무를 뗀 뒤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료를 만드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내가 오류 투성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줄곧 내가 해오던 지적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니 처음에는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는 거지, 서무가 바로잡아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서무의 입장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늘 한없이 겸손한 자세로 사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뭐가 또 잘못됐나요? 진짜 죄송해요. 저도 이제 한물 갔나봐요."
최근 몇 달 간은 우리 과에 새로 발령받아 온 서무에게 잔소리 같은 조언들을 늘어놓는 것을 하나의 기쁨으로 여기며 지내왔는데. 그녀에게 치명적인 오류들을 지적당할 때마다 어줍잖은 조언을 했던 과거의 나에게 땡꼬를 때리고 싶다.
요즘은 우리 서무가 "주사님."하고 나를 부를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또 내가 뭘 잘못했을까하고.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같은 과 주사님에게 설문조사를 부탁하러 갔는데, 다가오는 나를 보며 주사님이 처음 한 말 또한 "또 뭐 잘못됐어요?"였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를 불신하게 되었을까~!
하지만 수많은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점도 있다. 타인의 실수를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아량, 그리고 실수의 99퍼센트는 수습이 가능하다는 다행스러운 사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든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까지.
그래서 퇴사라는 선택이 실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은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퇴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무원 퇴사일기]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0) | 2021.05.02 |
---|---|
[공무원 퇴사일기] 근로자의 날이 토요일이라니 (0) | 2021.05.01 |
[공무원 퇴사일기] 원래 조용한 사람은 아닌데 (0) | 2021.04.29 |
[공무원 퇴사일기] 지방직공무원의 별별 차출 (0) | 2021.04.28 |
[공무원 퇴사일기] 대단한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 (0) | 202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