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국장 정도는 될 줄 알았지

수트레스 2021. 5. 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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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9급 공무원으로 입사한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을 때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국장 정도 될까.

나는 29살에 입사했다. 동기들과 비교하면 빠른 나이는 아니었다. 입사 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 열심히 일하면 국장으로 퇴직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었다. 30년쯤 한 길을 걸으면 그 정도 위치에는 다들 오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국장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될 수 있는 사람은 적어서. 둘째, 국장이 되기 전에 그만둬서. 어쨌든 결론적으로 나는 국장이 되지 못한다.

국장이 얼마나 높은 사람인가를 설명하려면 시군구의 직위체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시군구에는 우선, 우두머리인 시장, 군수, 구청장이 있다. 그 아래로 부시장, 부군수, 부구청장이 있는데 이들은 시인지 구인지,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따라서 급수가 다르다. 보통 부시장은 1급 상당, 부구청장은 3급 정도 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부시장, 부군수, 부구청장 밑에 있는 사람이 바로 국장과 실장이다. 국과 실 아래에는 여러 개의 과가 소속되어 있다. 그 과들을 통솔하는 지휘관이 바로 국장, 실장이다. 급수로 따지자면 3~4급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9급에서 무려 다섯 단계를 올라가야 한다.

9급에서 8급이 되는 것은 금방이다. 8급에서 7급, 7급에서 6급이 되려면 갈수록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찌어찌 6급까지 올라오고 나면 그 때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장"이라는 이름을 달기 위한 전쟁. 처음으로 받게 되는 직위는 "계장" 또는 "팀장"이다. 가장 작은 단위의 팀을 맡아서 직원들과 간부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과장"이다. 과장은 시의 경우 4급, 구의 경우 5급 공무원에 해당한다. 그리고 5급 공무원들 중에는 동행정복지센터의 우두머리인 동장도 있다. 과장은 3개~5개 정도의 팀으로 이뤄진 하나의 과를, 동장은 동행정복지센터 전체를 총괄 지휘하며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의 등에 출석하여 부서를 대표하여 발언한다.

그다음 단계가 바로 "국장"이다. 시에는 많은 국들이 있지만, 구에는 3~7개 정도의 국이 있다. 즉 국장 자리는 정말 콩만큼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퇴직을 바로 앞에 두고서야 국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혹시라도 이른 나이에 국장이 되더라도 국장이 빨리 퇴임을 하지 않으면 다음 차례인 과장들이 국장실 구경도 못하고 퇴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몇 년 지나지 않아 스스로 퇴임하는 경우도 많다.

행정고시에 통과하면 바로 5급 공무원이 되는데, 지방직 공무원이 5급 공무원이 되려면 그야말로 평생을 바쳐야 한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들도,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람들도 내가 이룰 수 없는 일들을 이뤘기에 너무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어쩌면 내가 한 선택도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결정일 것이다.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그리고 나는 국장을 포기하는 대신,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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