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수트레스 2021. 5. 2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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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한다. 즉 죽을 때까지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을 기준으로 3인 가구의 한 달 생활비가 300만 원이라고 치면 1년에 3,600만 원, 앞으로 50년을 산다고 치면 18억. 이런 십팔억.

가까운 로또판매점에서 1등 당첨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투루 쓰지 않고, 안정적으로 투자하면 충분히 평생 먹고살 만큼의 큰 당첨금이었다. 그 사람은 지금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드디어 하기 싫은 일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나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로또에 내 인생을 맡길 수가 없다.

주변에서 코인으로, 주식으로 몇 십억을 벌어 퇴사를 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나의 대책없는 퇴사가 심히 걱정스러워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부자가 되기 위해서 나가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내 사주가 맞다면, 나는 돈을 많이 벌게 될 것이다. 사주 하나 믿고, 이미 몇 십억쯤 번 사람처럼 사직서를 내미는 걸 보니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맞다.

일단,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퇴사하는 건 이미 글렀으니 내가 가진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계산해보았다. 먼저 퇴사를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적어도 1년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모아 두고 퇴사를 하라고 조언하는데 나는 모아놓은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하나하나 따져보니 퇴사를 하나 안 하나, 한 달에 나가는 돈은 비슷했다. 대체 왜 그런 걸까. 줄이고 줄여서 한 달에 약 90만 원을 쓴다고 생각했을 때, 40대가 되기 전까지는 버틸 만큼의 자금이 모여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버티려면 조카들 선물은 큰 맘먹고 가끔 사줘야 할 테고, 1년에 한 번씩 여행 가는 것도 사치가 될 것이다. 사실 그걸 견뎌야 할 것이 제일 두렵다. 구두쇠처럼 구는 건 딱 질색인데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백수들을 저절로 구두쇠로 만들어줄 것이다.

현재 나의 자산 중 절반은 주식 계좌에, 절반은 안전한 적금통장에 들어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주식으로 연 생활비를 감당할 만큼의 수익을 얻는 것인데, 백수의 간절함이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사실, 정 안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알바천국을 뒤질 생각이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세상물정을 몰라서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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