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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에게는 연가를 쓰지 않아도 쉴 수 있는 몇 가지의 휴무제도가 있다.
1. 특별휴가
경조사가 있는 경우, 출산하는 경우, 유산한 경우, 인공수정 시술을 받는 경우, 생리기간인 경우, 임신 중 검진이 필요한 경우 등 그야말로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유들이 임신, 육아, 결혼 등에 치중되어 있는 것을 보니 공무원 배우자가 왜 좋다고들 하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2. 대체휴무
시간 외 근무나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다른 정상근무일을 지정하여 휴무하게 할 수 있다. 당직이나 비상근무 등으로 밤을 새우거나 휴일에 일하는 경우에 받을 수 있는데, 일하지 않는 날에 일을 하고 일해야 하는 날에 쉬는 건데도 어쩐지 휴가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원래 남들 일할 때 노는 게 제일 재밌다.
3. 공가
민방위훈련, 건강검진, 헌혈, 주요 행사 참여 등등 공적인 일로 인해 출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건강 검진할 때만 써왔는데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찾아보니 무려 12가지의 공가 사유가 있다. 이 공가 때문인지 건강검진받는 날이 참 즐거웠다.
4. 병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감염병에 걸렸을 때 등 건강상의 문제로 출근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연 180일 범위 내에서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 1년동안 병가를 쓰지 않으면, 다음 해에 연가를 1일 더 받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다지 건강하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병가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병가는 안 써도 아깝지 않으니까 안 아픈 게 최고다.
법으로 정해진 사유 외에도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공무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 특별휴가를 부여하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특별휴가를 부여받았다. 그것만으로도 그간의 고단함이 싹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오늘은 기쁜 마음으로 특별휴가를 쓰고 미용실에 갔다. 더욱 기쁘게도 오늘은 10일 간 관리해온 자가격리자들이 자유를 찾는 날이었다. 평일 오전에 머리에 파마약을 잔뜩 바른 채로 격리 해제 통보를 하고 있으니, 이제 나가도 된다는 그 말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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