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자가격리자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수트레스 2021. 5. 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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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무서운 역병이 세계를 덮친 지 어느덧 1년 반 가까이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적응하기 힘든 것은 코로나19가 공무원들에게 던져 준 아주 많은 새로운 과제들을 해내는 것이다.

요즘 내 하루일과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자가격리자의 안부를 묻는 것이다. 자가격리자들은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체온을 재고 몸 상태를 체크해서 자가격리앱에 입력하고, 공무원은 격리자의 위치와 격리자가 올린 자가진단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며 수시로 전화를 걸어 외출 여부와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일단 자가격리자가 발생하면, 순서대로 전 직원과 짝을 지어준다. 짝이 된 직원은 격리자가 격리기간 동안 먹고 쓸 물품들을 격리자의 집 앞까지 배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일 전화 통화하기, 필요한 물품 사다주기,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 안내하기, 쓰레기 배출방법 설명까지의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경우에는 한국인이고, 협조도 잘 되는 격리자들을 주로 만나서 특별히 힘든 일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퇴근 후까지 업무를 질질 끌고 와야 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누구는 격리자가 이탈을 해서 고발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말이 통하지 않는 다양한 국적의 격리자를 만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것에 비하면 나는 거의 발로 관리한 셈이다.

그러니 자가격리자 관리는 그나마 난이도 하에 해당한다. 4차에 걸친 재난지원금 지급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각종 점검들, 최근에 들어서는 백신 접종까지. 휘몰아치는 코로나 관련 업무들은 점점 더 심각하게 공무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에 많은 직원들이 힘을 쏟아붓고 있는데 좀처럼 접종률이 올라가지 않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아무리 외쳐도 자가격리자는 꾸준히 늘어가고, 백신 접종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백신에 대한 거부감은 커져만 가니 도무지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나라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로워지자는 마음으로 오늘 노쇼 백신을 예약했다. 접종 예정자가 나타나지 않아 남아버린 백신을 원하는 사람 누구나 맞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바로 집과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걸어 대기를 걸어두었다. 어쩌면, 6월 중순에 접종 예약을 해둔 우리 부모님보다 내가 먼저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무서운 기세로 우리를 덮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하루빨리 탈출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진짜 무서운 것은 백신이 아니라 쓸모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일을 망치는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백신 접종을 추천하는 이유는, 사실 백신을 맞으면 자가격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가격리자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공무원들의 소박한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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