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덕질에 빠져서

수트레스 2021. 5. 3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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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크릿가든의 명대사가 유독 많이 떠오른다. 파티에 온 길라임에게 키스하며 김주원이 했던 대사.

"혹시 주위에 우리 백화점 주식 갖고 있는 사람 있으면 빨리 팔라고 해. 그 백화점 사장이 여자한테 빠져서 일생일대의 인수합병을 망치는 중이거든."

내가 요즘 딱 그렇다. 곧 백수 될 사람이 덕질에 빠져서 일생일대의 퇴사준비를 망치는 중이다.

내가 빠져있는 사람은 바로 성시경이다. 덕질에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고 했던가. 무려 10년 만에 나온 8집 앨범을 듣고 있으니 10년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성시경의 7집을 주구장창 틀어놨던 기억이 난다.

숨 가쁘게 덕질을 한 지 어언 한 달. 그전까지 나의 일과는 출근 → 일 → 퇴근 → 퇴사일기쓰기 → 영어공부였다. 그런데 한 달 전 나의 착실한 생활을 위협하는 너무 커다란 유혹자가 나타난 것이다. 요즘 나는 예외 없이 성시경 영상 보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휴덕에 이렇게 큰 부작용이 있는 줄 알았다면 휴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덕질을 쉬는 동안에도 그는 너무나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봐야 할 영상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걸 안 볼 수도 없고, 공부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물론 이미 충분히 소홀하지만... 나는 일생일대의 인수합병을 망칠 수밖에 없었던 김주원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생산적이지 않은 일을 끔찍이 싫어하는 나에게도 지금처럼 노는 게 마냥 좋은 시기가 찾아온다. 이럴 때는 일은 먹고살기 위해서 하고, 나머지 시간은 생각 없이 덕질을 하는 게 진짜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생각은 늘 잠시일 뿐 나를 지배하지는 못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성시경이 얼마 전에 방송에서 한 번 좋아하면 계속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이 백 번 옳은 것 같다. 휴덕의 부작용을 겪지 않도록 이제부터 계속 좋아하기로 다짐했다. 나는 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은 하지 않는 걸까.

덕질에 빠진 나는 행복과 죄책감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덕질은 순기능이 더 크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듯, 사람들은 덕질에 빠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왜냐? 팍팍하고 재미없는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고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생일대의 퇴사준비보다 행복한 게 먼저 아니겠나, 억지를 부려본다.

모두 덕질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성시경 8집 타이틀곡 「I love U」 뮤직비디오 구경하고 가시길 ^^ 입덕 주의!!

https://youtu.be/91UzLeD3r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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