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휴직은 아무나 하나

수트레스 2021. 5. 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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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몇 사람들은 퇴사보다는 휴직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공무원이 할 수 있는 휴직은 10가지 정도가 있지만 몇 가지만 소개해보면,

○ 질병휴직 : 신체, 정신상의 장애로 요양이 필요한 경우, 최대 2년까지 가능. 안타깝게도 우울증으로 인한 휴직이 갈수록 늘고 있다.

○ 가사휴직 :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 아파 간호를 해야하는 경우 1년까지 가능.

○ 육아휴직 : 아이를 가졌거나, 만 8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경우 최대 3년까지 가능. 공무원의 경우에는 육아휴직을 언제든지 쓸 수 있고, 큰 불이익도 받지 않아서 좋다.

○ 유학휴직 : 외국대학 등 공인기관에서 학위를 취득하거나 연수를 받는 경우 최대 3년까지 가능.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다녀오면 두고두고 멋진 사람으로 회자된다.

○ 해외동반휴직 : 외국에서 일하는 배우자와 동반하는 경우 가능. 외국에 체류한다는 것은 유학휴직과 비슷하지만, 학위나 연수를 받지 않고 외국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크게 부러움을 살 수 있다.

○ 자기개발휴직 : 5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이 직무관련 과제 수행 또는 자기개발을 위해 학습이나 연구를 하게 되면 1년까지 가능. 생긴 지 5년 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제도로 아직 아무도 사용해본 적 없는 지자체도 많다.

이렇게 휴직의 종류는 많지만, 휴직은 아무나 하나. 아기도 없고, 병도 없는 내가 휴직을 허가받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유학휴직 아니면 자기개발휴직 둘 중 하나인데, 유학은 돈이 없어서 못 가고 자기개발휴직은 계획서에 대놓고 다른 직업을 물색하러 간다고 적을 순 없어서 못 한다.

이제 재직기간 5년이 지나서 드디어 자기개발휴직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생겼지만 나에게 필요한 시간은 겨우 1년이 아니다. 올해도 아무것도 한 것 없이 5개월이 홀딱 지나가버렸다. 그러니 내게 1년은 무언가를 시작할 수는 있으나, 끝낼 수는 없는 시간이다.

1년 휴직을 한다고 치자. 365일에서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자유를 한 움큼씩 빼앗기는 지독한 상실감에 괴로워하다 괴로움이 극에 달했을 때,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

나의 경우에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그렇다고 무작정 휴직을 말리는 건 절대 아니다. 휴직을 통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퇴사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임은 말할 것도 없으니까.

퇴사 후의 결말이 더 끔찍하지 않냐고 누군가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퇴사를 하지 않았을 때의 결말이 더 두렵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야지!" 하기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저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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