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최고의 상사, 최악의 상사

수트레스 2021. 6. 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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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인생 처음으로 인복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최악인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별로 없지만, 특히나 이 곳에서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전반적으로 좋은 사람들의 비중이 많긴 하지만 어딜 가나 최악인 사람들은 그 질량을 끈질기게 보존하지 않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최악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최고의 상사들과 남이 만난 최악의 상사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면 이렇다.

<최고의 상사 유형>
1. 퇴근 독려형
칼퇴근을 몸소 실천하며 직원들의 빠른 퇴근을 독려한다. 야근하는 직원이 있으면 마음이 쓰인다.

2. 부담 제로형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점심시간에 개인 약속을 자주 잡는다. 회식이 있을 때는 1차에 무겁게 마시고 일찍 빠진다.

3. 웃음 폭탄형
입만 열만 빵빵 터지는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 모든 기쁨과 슬픔을 유머로 승화시켜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4. 능력자형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면 뭐든 해결해주는 슈퍼맨 유형이다.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직원을 닦달하지 않는 한, 일 잘하는 상사는 일 못하는 상사보다 오천만 배 낫다.

<최악의 상사 유형>
1. 야근 강요형
야근을 하지 않으면 '쟤가 요새 일이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일이 없으면 술이라도 같이 마셔달라고 한다.

2. 인격 모독형
주변에 누가 있든 노상관, 자유롭게 부하직원의 자존심을 짓밟는다. 대놓고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무시하는 것은 기본, 직원을 바꿔달라고까지 요청한다. 이런 사람들 치고 담당자일 때 일 잘했던 사람 못 봤다.

3. 나몰라라형
주변에서 아무리 큰소리가 나고, 민원인이 칼을 들고 와도 머리카락 보일라, 의자 밑으로 숨는다. 내 직원이 처참하게 당하든 말든 철저히 남의 일이다.

4. 억지대마왕형
일을 잘해본 적도, 잘할 생각도 전혀 없는데 심심해서, 또는 승진은 해야겠으니 세상 쓸데없는 일로 직원들을 들들 볶는다. 들어보면 맞는 말이 하나도 없지만, 억지 하나는 타고났다. 그 사람보다 더 높은 상사가 내 편을 들지 않는 한 이길 방법이 없다,

5. 하고잡이형
모든 일을 다 본인이 하고 본인이 인정받고 싶다. 네 일도 내 일, 내 일도 내 일. 과도하게 열린 마인드로 직원들을 업무 지옥에 빠지게 만든다.

최악의 상사들이 이 글을 본다면 반성했으면 좋겠다. 이왕 일하는 거 최악의 상사라는 비난보다는 최고의 상사가 찬사가 듣기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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