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그만두고 뭐할 건데?

수트레스 2021. 6. 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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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

나의 퇴사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질문이 있다.

"그만두고 뭐할 건지 물어봐도 돼?"

꿈이 열가지도 넘는 사람인지라 그걸 다 말할 순 없고, 그중에서 가장 되고 싶은 드라마 작가와 번역가 정도를 말한다.

"원래부터 드라마작가가 꿈이었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출판 번역도 해보고 싶어요."

수십 번을 말했지만 말할 때마다 참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 차라리 카페를 차린다고 말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현명해 보였을 텐데. 다행히도 내가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 같은 건 대부분 궁금해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진심으로 내 글을 보고 싶다고 덤벼들었다면 그다음부터는 작가의 작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남들이 퇴사 하고 뭐하는지 궁금해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들어보고 벤치마킹할 만한 현실성 있는 도전이라면 자신도 도전해볼 생각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내 계획을 들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멋있다고 포장해주지만 결코 따라 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봐도 딱 굶기 좋은 발언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도 "그만두고 뭐할 건데?"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기까지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찾지 못해 그런 것일 뿐, 세상에는 돈 벌 방법이 무궁무진하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많은 대안이 남아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무궁무진한 방법들을 시도만 하고 성공을 못해서 오랫동안 백수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오늘부터 원하는 것 100번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하는 것을 100번씩 100일 동안 쓰면 꿈이 이루어진단다. 꿈꾸는 미래보다 손가락 관절염이 먼저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시작한 이상 끝까지 해낼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를 50일 넘게 쓰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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