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20살로 돌아간다고 해도

수트레스 2021. 6. 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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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고백부부라는 드라마를 드디어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묻는다. 사랑이야기의 뻔한 해피엔딩은 결혼, 하지만 결혼 뒤에 과연 그들은 행복했을까? 고백부부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만나 결국 불행해졌고 이혼이라는 새드엔딩을 맞는다. 그리고 완전히 남남이 된 그날, 그들은 거짓말처럼 20살 대학시절로 돌아간다. 그들은 다짐한다. 서로와 사랑에 빠지는 바보 같은 짓을 다신 하지 않겠다고.

가끔 드라마처럼 20살 때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 로또에 당첨되면 뭘 할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의미 없는 짓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습게도 내일 뭘 할지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이 와중에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서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런다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20살이라는 좋은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꿈에 올인하지 못할 것 같다. 드라마 작가의 꿈을 처음 가졌던 건 22살 때였다. 그 당시 아픈 엄마를 간호하고 있었는데, 지치고 힘들 때마다 드라마가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2년 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문예창작학과로 편입했다. 그때 내 나이가 24살이었다. 20살보다 4살밖에 더 안 먹은 나이.

22살 이후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길을 가기 위해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꿈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묻어놓고 나는 내 한 몸 먹여 살리는 신성한 행위를 하기 위해 공무원이 되었다.

20살로 돌아간다고 해도 여전히 내 한 몸 먹여 살릴 사람은 나뿐이고,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고백부부의 주인공들이 다시 사랑에 빠질 거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그러니 나는 20살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먹을 만큼 나이를 먹은 지금, 더 편안하게 내 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는 때를 놓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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