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내가 원하는 나의 첫인상은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인데,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첫인상은 차갑고 당돌한 사람이란다. 어린 날에는 말없이 웃고 있기만 해도 착하고 순수한 아이 취급을 받을 수 있었는데 어른이 되어보니 이미지 관리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직언을 참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편안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보이길 바란 것부터가 잘못인 걸까. 알고 보니 나는 내가 꽤나 친절하고 상냥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직원들 중 나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없거니와 들려오는 나쁜 소문들도 일절 없기에 정말이지 나에게는 적이 아무도 없는 줄만 알았다.
그러다 바로 오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돌직구 화법이 사람들을 당황시키고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분들이 들려준 기억 속의 내 모습은 스스로도 끔찍할 정도로 당돌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네 가지 없는 녀석이라고 욕해도 순순히 인정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란 인간, 뭘 믿고 그렇게 당돌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천만다행인 것은 최악이었던 나의 첫인상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를 제대로 겪어본 후에는 사람들이 오해를 풀고 나의 돌직구 화법을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또한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앞으로를 생각해보니 이거 정말 큰일이었다. 프리랜서로 살아갈 나에게 첫인상은 무조건 중요하니까 말이다. 회사에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랜 시간 보아야만 하는 이유로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반면, 프리랜서의 세계에서는 처음부터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야 오래 볼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아닌가.
복잡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오니 창문 밖에서 둥근 보름달이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홀린 듯이 두 손을 모아 잡고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달이 자꾸만 옆으로 슬금슬금 비켜나는 걸 보니 순순히 들어줄 것 같지 않다. 어쩔 수 있나.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몸소 체험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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