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수트레스 2021. 6. 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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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7월 정기인사가 있었다.

나의 후임자가 오느냐 마느냐가 걸린 중요한 인사였는데, 다행히 후임자가 공백 없이 내 업무를 이어받을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누군가는 기뻐하고 누군가는 절망한다. 내가 그만두는 바람에 7급 자리 하나가 비었고, 그 빈자리 덕분에 한 사람이 예정보다 빠르게 진급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고마워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퇴사가 누군가를 기쁘게 한 거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인사는 정기인사와 수시인사로 나뉜다. 정기인사는 1년에 2번, 1월과 7월에 있고 수시인사는 말 그대로 수시로 있다. 휴직과 퇴직은 정기인사나 신규발령이 있을 때 맞춰서 하지 않으면 후임자를 받기 어렵다. 후임자가 오게 됐으니 7월 인사 때까지 버틴 보람이 있다.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한 부서에서 일한 지 2년이 지나면 지금쯤 전보가 나겠거니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이다.

얼마 전 김은희 작가님이 유퀴즈에 나온 것을 봤는데, 작가님이 한 말이 딱 맞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것, 지금 하는 것을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그 어디에도 마냥 편하고 좋은 자리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의 괴로움이 가장 커 보이기 때문에 어디든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러다 막상 다른 자리에 가보면, 순식간에 그 자리가 가장 괴로운 자리가 되어버리는데 말이다.

혹시 나도 그런 건 아닐까. 하기 싫은 일을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꿈을 향해 나아가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이 가장 괴로운 시간이라고 느끼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일까. 퇴사가 다가올수록 두려운 마음이 커지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적어도 나는 누군가가 정해준 자리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자리로 가는 거니까.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내 선택이 틀렸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다 해도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멋지게는 못 살더라도 행복하게는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번에 깨달은 사실 한 가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성공하라는 말보다 행복하라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 성공하라는 말, 그거 들어보니 너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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