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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퇴사일기] 가족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D-58 어디서 이런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가족같은 분위기라고 해서 갔는데 진짜 가족끼리 하는 식당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을 읽을 때만 해도 생각없이 웃었는데 살다보니 이건 엄청난 진리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가족같은 분위기로 일을 했다가는 아마 큰일이 날 것이다. 가족들과 있을 때의 나는 화가 나면 버럭버럭 화를 내고,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주먹을 부르는 어리광을 부린다. 물건을 질질 흘리고 다녀도 엄마가 다 치워준다. 이렇게 일을 했다가는 분명히 하루만에 왕따가 될 게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동료같은 분위기에서 일한다. 동료들의 눈치를 보는 덕에 서로를 배려할 수 있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덕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월급값을 해야하기 때문에 주..

퇴사일기 2021.05.03

[공무원 퇴사일기]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D-59 나에게 출판번역가를 꿈꾸게 해 준 서메리 번역가는 퇴사 후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라는 책을 썼다. 제목만 보고도 이건 나같은 사람을 위해 출간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지독한 공감과 함께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서메리 작가가 말하는 회사에서 불행했던 이유들은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니거나,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상사의 지시와 다른 직원의 협조 없이는 처리 불가능한 일들, 차라리 내가 하면 빠를 텐데 남이 해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들, 메뉴도 속도도 남에게 맞추어야 하는 불편한 점심식사 등등.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누군가와 협업해야하고,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당연한 만큼 협업이 힘들고, 내 취향이 더 중..

퇴사일기 2021.05.02

[공무원 퇴사일기] 근로자의 날이 토요일이라니

D-60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근로자의 날이 주말과 겹쳤다. 즉, 근로자의 날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5월 1일마다 공무원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탄하며 하루를 보냈었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는 우리가 불쌍했는지, 구청에서 자체적으로 특별휴가 1일을 부여해 남들 다 노는데 일하는 서러움을 단번에 덜어주었다. 그런데 올해는 근로자의 날이 토요일인 바람에 깔끔하게 출근도, 특별휴가도 없다. 그래도 어쨌든 쉬니까 좋긴 좋다. 하지만 극심한 빨간 날 가뭄을 겪고 있는 2021년에, 근로자의 날마저 토요일이라니 여럿 뒷목 잡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토요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출근했을 테지만, 그래도 절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쉬는 것이 나라 전체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는 더 나았을 것이다..

퇴사일기 2021.05.01

[공무원 퇴사일기] 뭐가 또 잘못됐나요?

D-61 나는 오류를 꽤 잘 잡아내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틀린 맞춤법을 고쳐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꼬장꼬장한 성격이 일을 할 때도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 서무로 일하며 자료를 취합하는 입장에 있었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내가 직접 만드는 자료는 별로 없었고, 각 담당자가 만든 자료들을 꼼꼼히 지적하며 정확히 취합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전문이었으니까. 그런데, 서무를 뗀 뒤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료를 만드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내가 오류 투성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줄곧 내가 해오던 지적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니 처음에는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는 거지, 서무가 바..

퇴사일기 2021.04.30

[공무원 퇴사일기] 원래 조용한 사람은 아닌데

D-62 회사에서 나의 이미지는 조용하지만, 똑 부러지는 사람이다. 일하는 동안 말을 거의 하지 않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는데, 맡은 일은 빠르고 꼼꼼하게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내가 입을 여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 업무적으로 해야 하는 말이 있을 때. 둘째, 내가 기분이 좋아서 수다를 떨고 싶을 때. 둘째의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말수가 적다, 너무 조용하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라고들 한다.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동료들과의 사이는 무척 좋은 편이다. 우리는 항상 서로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힘든 일을 자원하고,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한다. 나는 진심으로 지금 내 옆의 동료들을 좋아한다.) 놀라운 사실은 원래의 내가 회사에서의 이미지와 정반대라는 ..

퇴사일기 2021.04.29

[공무원 퇴사일기] 지방직공무원의 별별 차출

D-63 지방직공무원들은 고유의 업무를 하는 것 외에도 아주 다양한 일에 동원된다. 우리는 그것을 차출된다고 말한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도 10가지는 족히 넘는다. 그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업무는, 단연 축제 주차요원과 투표소 근무라고 말할 수 있다. 축제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날은 온종일 일곱 살 난 아이와도 같은 사람들과 씨름을 해야한다. 주차장이 꽉 찼다는데도 막무가내로 차를 들이미는 사람들, 출구로 나가면 집에 가는 길과 반대방향이라며 입구쪽으로 역주행하는 사람들, 자주 고함소리가 오가고 때때로 욕설이 난무하는 혼돈의 카오스... 나는 항상 의문이었다. 왜 기분 좋게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즐거운 축제날 흙먼지만 잔뜩 마시며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화를 내는 것일까. 오가는 정다운 고성..

퇴사일기 2021.04.28

[공무원 퇴사일기] 대단한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

D-64 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다. 의사처럼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루거나, 판사처럼 누군가의 잘못을 판결하거나, 기업을 이끌며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절대 하지 못한다. (어차피 못하는 일들이지만 ㅎㅎ) 누군가의 인생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며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무원으로 일하다보면, 각종 수당이나 혜택 등 개인의 이익과 직결되는 업무를 많이 맡게 된다. 만약 내가 신청서 하나를 누락한다면? 만약 내가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한다면? 나의 작은 실수가 누군가에게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덜컥 두려워진다. 그로인해 받을 원망과 비난도 두렵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크나큰 공포다. 아직 경력이 미천한 덕에 지금..

퇴사일기 2021.04.27

[공무원 퇴사일기] 후드티 입어도 돼요?

D-65 첫 인사발령을 알리는 전화를 받은 날, 생각지도 못한 카톡을 받았다. 내가 발령받은 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언니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우리는 일면식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연락이 더욱 고마웠다. 언니는 나와 같은 시험을 쳤지만, 성적이 좋아 먼저 발령을 받았는데 언니도 시험 동기인 내가 같은 과로 발령난 것이 반가웠던 모양이었다. 언니 덕분에 첫 출근도 전에 듬직한 선배가 생겼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는 말에, 제일 처음 한 질문은. 「후드티 입어도 돼요?」 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에게는 정장이라곤 면접용 검은 정장 하나 뿐이었다. 옷장에는 후드티나 남방류의 편안한 옷들만 가득했고 나는 뭘 입고 출근해야할지 막막했기에 그게 정말 절실하게 궁금했다. 언니는 조금 당황하는 듯하더니, 후드티를 ..

퇴사일기 2021.04.26

[공무원 퇴사일기] 잘하기보다 오래하기

D-66 살아오면서 해왔던 수많은 도전들이 실패로 끝난 것은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래하지 못해서였다. 하고 싶은 게 많아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낮은 벽에 부딪혀도 뛰어넘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돌아섰다. 그렇게 성공담보다 더 많은 실패담이 쌓여가고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했던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10년동안 하루에 2시간씩 영어를 공부하거나, 악기를 연주했다면 지금의 나는 엄청나게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 '꾸준히'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그렇게 되기까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그리고 오랜 노력을 해왔을까. 철없던 시절에는..

퇴사일기 2021.04.25

[양산 물금] 카페오순 - 특이한 구조의 한옥카페

신비숲가든 바로 앞에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 카페오순이 있다. 두 채의 1층짜리 한옥이 나란히 있고, 그 앞으로 야외 테이블이 있다. 이곳이 주문하는 곳! 그리고 저 길을 따라 들어가면, 건물이 한 채 더 있다. 주문하는 건물 맞은편에는 이렇게 분위기 좋은 야외테이블이 있는데, 아직 밤엔 추워서 안으로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못 마시는데 커피가 아닌 메뉴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친구는 아메리카노, 나는 따뜻한 흑당밀크티를 시켰다. 커피가 맛있다고 한다. 밤에 가면 더 예쁜 줄 알았는데 다른 블로그들을 보니 낮에 가면 예쁜 사진 포인트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은 다른 포스팅에서 꼭 확인하시길.... 다음에는 평일 낮에 혼자 와서 오랫동안 풍경을 감상하다 가야겠다. ○ 영업시간 : 매일 11:30~..

맛집&여행 202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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