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대단한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

수트레스 2021. 4. 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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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4

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다.

의사처럼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루거나, 판사처럼 누군가의 잘못을 판결하거나, 기업을 이끌며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절대 하지 못한다. (어차피 못하는 일들이지만 ㅎㅎ) 누군가의 인생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며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무원으로 일하다보면, 각종 수당이나 혜택 등 개인의 이익과 직결되는 업무를 많이 맡게 된다. 만약 내가 신청서 하나를 누락한다면? 만약 내가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한다면? 나의 작은 실수가 누군가에게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덜컥 두려워진다. 그로인해 받을 원망과 비난도 두렵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크나큰 공포다.

아직 경력이 미천한 덕에 지금은 나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그 업무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경력이 쌓여가고 월급이 올라가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만큼의 무게를 감당해내야 하니까.

물론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나. 나는 트리플 A형인 것을.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되기는 그른 것 같다. 그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정도의 조그마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고 싶다. 누군가를 피식 웃게 만들고,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생활을 조금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정도? 그 정도 영향력이면 충분하다. 너무 인생을 쉽게 살려고 하는 걸까...? 어차피 100년이나 살아야하는데 쉽게 살면 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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