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보다 더 좋은 것

수트레스 2021. 4. 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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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한 달 월급을 3번에 나누어 받는다.

매월 1일에는 월초수당이라 부르는 직급보조비, 특정업무경비, 정액급식비를 합쳐 30만원~35만원 정도의 수당이 나온다.
(이름이 다른 수당을 받는 경우도 있고, 직급보조비는 직급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사실, 늘 주는 대로 받으며 내가 어떤 수당을 받고 얼마를 받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그래서 아직 부자가 못 된 건가.)

매월 10일에는 관내출장비와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데, 이건 그 달에 출장을 얼마나 가고 초과근무를 얼마나 했으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다. 기본적으로 출장비는 회당 1~2만원, 초과근무수당은 7급 기준 시간당 10,952원이고 기본 10시간 + 실제초과근무시간에 대해 지급된다.

매월 20일에 본봉이 들어온다. 그게 바로 오늘이다. 내 통장에 가장 큰 돈이 들어오는 날. 아까 말했지만 월급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몰라서 주는 대로 받는데, 왜 매월 금액이 달라지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보통 세후 150만원~160만원 사이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이번 달은 건강보험료 정산과 소득세 폭탄을 맞아서 놀랍게도 30만원 넘게 증발했다. 병원도 별로 안 갔는데 정말 억울하다.)

가장 큰 돈이 들어오는 20일에 카드값, 보험료 같은 큰 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말 그대로 월급은 겨우 반나절동안 내 통장에 머문다. 그래서 퇴사를 하고나면 신용카드는 없앨 생각이다. 신용카드 30만원을 쓰면 통신료가 할인되는 혜택을 아주 잘 누리고 있었는데, 앞으로 신용카드로 30만원을 쓸 여유는 없을 것이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오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인지,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쓸 만큼 쓰고나서도 따박따박 모을 수 있었다. 그 덕에 꽤 오랫동안 백수로 버틸 만큼의 자금이 생겼다. 돈이라는 것이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고,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살아진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에게는 아주 큰 위로가 된다.

한 달에 세 번씩 꼬박꼬박 받던 이 월급이 몇 달 뒤면 뚝 끊긴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이 곳에서 일하는 5년 간 내 통장 잔고는 늘 플러스 방향이었는데, 이제 가파르게 마이너스로 내달리겠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할 때마다, 플러스된 내 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회사에 가지 않음으로써 내가 아낀 나의 시간, 나의 청춘. 나는 아직 철이 없는 건지 돈보다 시간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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