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김훈의 『하얼빈』입니다.

얼마 전 《영웅》이라는 영화를 보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영웅이 주인공들의 감정을 폭발시켜 관객도 함께 폭발하게 만든 반면, 『하얼빈』은 비교적 담담한 말투로 사실을 전달합니다. 또한, 《영웅》에서는 안중근에게 많은 동료가 있었던 반면, 『하얼빈』에서는 단 한 사람, 우덕순만이 안중근의 옆을 지켜 더욱 쓸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과 영화가 함께 나온 덕에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을 다시 기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하얼빈, 지금부터 소개해보겠습니다.
1. 지은이 소개
김훈
1948. 5. 5.생
1994년 문학동네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으로 데뷔
장편소설 『칼의 노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 산문집 『연필로 쓰기』 등이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아버지 김광주가 모시던 김구의 죽음 이후 좌절하며 가세가 기울었다고 합니다. 김훈은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후 여러 언론사를 거치며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사표를 17번 썼다고 하네요.(이 대목에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저도 곧 그렇게 될 것 같거든요.)
2. 담담한 필체
이 책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로 결심하고, 이토를 죽이고,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한 필체로 서술합니다. 이토와 안중근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토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보고 있으면 이토가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아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토 뿐만 아니라 안중근에 대해 쓸 때도 작가는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킵니다. 이 책은 그 어떤 장면에서도 감정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이성을 붙들고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3. 아버지 안중근
안중근은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습니다. 안중근이 블라디보스보크로 떠날 때 차남 준생은 아내 김아려의 뱃속에 있었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안중근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났고, 안중근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감했으면서도 김아려는 그를 보내줍니다. 책의 후기에 안중근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김아려의 생애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첫째 아들 분도는 7살에 사망, 첫째 딸 현생과 둘째 아들 준생은 조선총독부의 기획으로 이토의 명복을 비는 '박문사 화해극'에 참여하여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4.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이유
안중근은 이토를 죽인 것이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죽인 것이라고 당당히 밝힙니다. 하여 살인자로 법정에 선 것이 아니라 전쟁 포로가 된 것이라고 말하죠. 안중근이 공개된 재판에서 당당히 이토를 죽인 이유를 밝히자 곤란해진 일본 검찰은 급기야 안중근의 말을 중단시킵니다. 안중근은 이토가 자신이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하고 죽은 것에 대해 내내 안타까워 하는데요. 이토는 몰랐지만 후세에 대대로 전해졌으니 참 다행입니다.
5. 안중근을 외면했던 천주교
천주교도였던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쫓겨납니다. 안중근은 끝까지 하느님의 품에서 죽기를 소원했고 안중근에게 세례를 해주었던 빌렘 신부는 뮈텔 주교의 명을 어기고 안중근의 고해성사를 돕기 위해 여순으로 갑니다. 안중근은 고해성사를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국 하느님은 안중근을 외면하지 않았던 거죠. 실제로 1993년에 김수환 추기경이 안중근을 공식적으로 추모하는 최초의 미사를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 김 추기경은 안중근의 행위가 정당방위이며 국권회복을 위한 전쟁 수행으로서 타당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발표하며, 그동안 억울하게 비난받았던 안중근과 안중근을 존경하는 많은 한국인들을 위로했습니다.
6. 안중근과 우덕순
안중근과 우덕순은 긴 말이 필요없는 동료였습니다. 만나자마자 뜻이 통했고 우덕순은 그것을 운명이라 여기며 안중근과 하얼빈으로 떠났죠. 우덕순은 겨우 세 발의 총알이 남은 총을 들고 이토를 죽이러 갔습니다. 안중근은 이석산이라는 재력가를 협박해 100루블의 여비를 빌렸습니다. 그 돈으로 안중근과 우덕순은 번듯한 옷을 사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자른 후, 찾지도 못할 마지막 사진을 찍습니다. 이 장면을 영화로 보았다면 가슴이 미어졌겠지만 김훈의 절제된 문장으로 읽으니 오히려 경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판에서 우덕순이 한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 안중근은 의병으로서 한 일이라고 하는데, 그대는 의병과 관련이 있는가?
- 나는 다만 일개 국민으로서 했다. 의병이기 때문에 하고, 의병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그대는 안의 명령에 따른 것인가?
- 아니다. 나는 안에게 명령을 받을 의무가 없다. 또 명령을 받을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명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내 마음으로 한 것이다.
- 이토 공은 고관으로 수행원과 경호원이 많은데, 그대는 암살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가?
- 그것은 사람의 결심 하나로 되는 일이다. 결심이 확고하면 아무리 경호가 많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통역관이 우덕순의 진술을 일본말로 옮겼다. 방청석이 고요했다.
마나베는 자신의 질문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우덕순은 마음속의 사실을 들이대며 질문에 답했고, 사실을 들이대며 질문을 부수었다.
(232p)
우덕순의 당당한 대답에 마음이 웅장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덕순의 마음이 그 시절 모든 국민의 마음 아니었을까요? 우덕순이라는 멋진 동료가 있었기에 안중근의 마지막 길이 조금이나마 덜 외롭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7. 『동양평화론』, 『안응칠 역사』
안중근은 사형 집행 전까지 옥중에서 이 두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안중근은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죠. 비록 안중근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안중근의 삶과 그의 뜻을 후세에 전할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일제가 사형을 미뤄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에 동양평화론은 미완성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힘없는 나라가 자신의 공을 인정하기는 커녕 자신을 흉도라 부르는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죽는 날까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안중근 의사. 대한민국의 '영웅'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리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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