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요샌 사직이 유행인가?

수트레스 2021. 5. 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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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동안 3명의 직원이 사직원을 제출했다.

1년에 몇 명씩은 늘 퇴직자가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사직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모두 친분이 없는 사람들이라 이유를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한 발 먼저 그 길을 걸어가는 그들을 보니 기쁘기보다 씁쓸해졌다.

인사담당자는 몰려드는 사직서를 처리하느라 무척 바빠보였다. 부서마다 결원은 늘어만 가는데 새로운 직원은 오지 않는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직원들의 원망을 듣는 것은 인사담당자의 숙명이다. 그의 한숨이 깊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어떻게든 나의 일을 해야 했기에, 조심스럽게 면담을 요청했다.

계획대로 6월 30일자로 퇴사를 하기로 하고, 돌아서는데 그가 말했다.

"왜 다른 일이 하고 싶어요? 여기가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다른 일이 하고 싶을까. 이제 와서 다른 일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여기가 괜찮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단지 나에게는 모든 것이 괜찮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이 썩 괜찮은 곳이었으면 한다. 내가 몸 담았던 곳에 대한 의리인지, 그곳에 남겨둔 사람들 때문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인사담당자처럼 괜찮은 사람들이 그곳을 더 괜찮은 곳으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아리송한 마음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동지들의 사직서를 바라보며 씁쓸했던 모양이다.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하지만 뜻밖의 동지들 덕분에, 나의 퇴사는 걱정했던 것보다 흔하고 조용하게 지나갈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들도 나도 끝이라는 두려움보다 시작의 설렘을 안고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 사직원 구경한 김에 나도 오늘 사직원을 써두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내가 쓴 그 어떤 공문보다도 간단했다. 5년이 넘는 시간이 1분 컷의 사직서 한 장으로 끝이 난다. 생각보다 끝이라는 건 별 거 아닌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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