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5
퇴사라는 선택에 확신이 없을 때, 퇴사를 했을 때의 장점을 써본 적이 있다.
1. 돈이 되는 모든 일을 해볼 수 있다 : 월급 외의 수익을 창출할 수 없어 무척 답답했다.
2. 내 생활 패턴을 구속 받지 않는다 : 배가 고파도 점심시간 전에는 밥을 먹을 수 없고, 다음 날 출근이 걱정돼 밤 12시면 잠을 자야했다.
3. 절차보다 효율성을 우선할 수 있다 : 해본 사람은 더 알겠지만 공무원이 하는 일들은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충분히 생략해도 되는 것들을 법이나 절차 때문에 복잡하게 처리해야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4.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여 성과를 낼 수 있다 : 지금까지 하기 싫은 일에 몰두해왔다. 앞으로 내 삶이 60년은 남았대도, 다 하지 못할 만큼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도 말이다.
5. 화를 덜 내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 애써 웃으며 전화를 받다가도 수화기가 부서질 듯이 내려놓는 것이 일상이다. 성난 민원인의 먹잇감으로 살다보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다.
6. 세금으로 먹고 살지 않을 수 있다 : 사람들은 공무원에게 인색하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군인들처럼 모든 국민들이 2년씩 돌아가며 공무원으로 재직하면 어떨까. 서로를 이해하기에도, 공무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에도 딱인데 말이다.
7.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있는 자유를 누린다 :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꿈이자, 내 궁극적인 삶의 목표이다.
퇴사하기 전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휴무를 갖기로 했고, 오늘이 그 첫 번째 휴무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주말 같았고, 때때로 나의 퇴사가 눈 앞에 다가와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거리를 걷다 만난 노숙자분들을 보면서, 그 분들도 언젠가 나처럼 호기롭게 꿈을 찾아 떠났던 것이 아닐까, 덜컥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쪽을 택하겠다. 두려움은 닥치기 전까지는 허상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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