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수트레스 2021. 6. 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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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최대 고민을 꼽는다면 점심메뉴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네 점심식사 풍경은 다음과 같다.

유형 1. 직위가 높은 상사와 함께 밥을 먹는다.
이런 경우, 본인의 취향과 상관없이 상사가 좋아하는 음식과 최적의 동선을 고려해서 메뉴를 결정해야 한다.

유형 2. 직속 상사가 구내식당을 고집한다.
이런 경우, 메뉴는 내가 아니라 구내식당 영양사 선생님이 결정한다. 다행히도 우리 구내식당은 정식과 특식, 두 가지의 메뉴를 제공하고 음식 맛도 좋다.

유형 3. 아무도 메뉴를 정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점심시간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뭐 먹으러 가지?" "뭐 먹고 싶어?" 하며 서로에게 메뉴 선정을 미루다 결국 대충 메뉴를 정한다.

유형 4. 요일별로 메뉴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 유형이 바로 내가 자랑하고 싶은 우리 계의 점심메뉴 선정 방법이다. 요일별로 담당을 정하고 해당 요일이 되면 그 사람이 정한 메뉴를 무조건 따른다. 메뉴가 마음에 안 들면 자진해서 빠지는 게 원칙이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없었다. 나는 이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점심메뉴를 정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최대 고민 중 하나인데 일주일 내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일주일에 한 번은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메뉴를 선정하라는 업무지시가 아니라 100% 내 취향에 맞춘 온전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큰 만족감을 주었다. 물론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고문이 될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내가 모시고 있는 젊고 유쾌한 계장님이 제안하신 것인데, 마음 같아서는 이 방법을 모든 회사에서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계장님처럼 열린 마음을 가진 멋진 리더들이 많아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한다.

세상 모든 직장인들이 존중받는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앞으로 쭉- 집에서 점심을 먹게 될 예비 백수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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