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꼭 9시에 출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트레스 2021. 6. 1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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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출근시간이 10시였다면 꽤 많은 퇴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괴로운 시간으로 기상 알람이 울리는 그 순간을 꼽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기상 알람은 매일 6시 40분에 울린다. 가까스로 눈을 뜨면 암막커튼 덕에 주변은 잠들기 전과 다름없이 어둡다. 눈치 없이 요란하기만 한 알람 소리를 원망할 때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나 싶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어 지각은 할 수 없으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몸만 겨우 일으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 중에는 아침형 인간이 많다고 한다. 아침형 인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고, 하루를 계획하고 독서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성공하는 거라면, 나는 성공하기를 포기할 의향까지 있다.

다음 달부터 아침형 인간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그게 몇 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들고, 일어날 것이다.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도 더 이상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나는 꼭 9시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아침마다 삶의 이유를 찾으며 괴로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루의 시작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밤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잤는데, 아침이 행복하지 않다면 잠이라는 시간도둑을 모조리 소탕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루의 시작이 행복하려면, 모든 인간이 마음껏 잘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싶은 시간에 잠을 자고, 원하는 시간에 정해진 업무량을 소화하도록 한다면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행복도의 차이는 분명 엄청날 것이다.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회사 밖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며 시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는 세상이 올까. 나는 그 세상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불안한 자유를 선택했지만 더 열심히 버틴 사람들은 꼭 안전한 자유라는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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