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
공무원으로 살아온 5년 4개월의 시간 동안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럽게 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컸다. 이곳에서 나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내 안에 갇혀있던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의 표본이었던 나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를 사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다. 그래서 학년이 바뀌는 3월이 나에게는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와주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20살이 되고, 처음으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했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서툴렀다. 오죽하면 1년을 함께 일하면서도 인사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잘못하면 네가지 없는 아이로 미움을 받을 법도 했지만 어리숙하고 순한 이미지 덕분에 낯을 많이 가리는 수줍음 많은 아이로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평생을 그렇게 좁은 세상에서 살아온 나에게 구청은 넓디넓은 우주와도 같았다. 그곳에는 마음씨 착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나는 더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고 내가 노력한 만큼 사람들은 나를 알아봐 주었다. 칭찬을 받으면 받을수록 일에도, 인간관계에도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말을 걸 수 있다. 뻔뻔하게 차를 얻어 탈 수도, 같이 차 한 잔 하자고 조를 수도 있다. 모태 인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에게 이건 정말 엄청난 변화란 말이다.
그렇게 5년 4개월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는, 힘들 때 기꺼이 달려와줄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황금 같은 휴일을 함께 보낼 친구 같은 동료도, 무조건 여름휴가를 함께 떠나는 가족 같은 동료도 있다. 가끔은 내가 가진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공무원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겪지 못했을 기적.
나는 이제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고,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1%의 인싸력을 선물해준 사랑하는 동료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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