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공무원 퇴사일기] 딸의 퇴사를 축하합니다

수트레스 2021. 6. 2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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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고 뭐할 거냐는 질문 다음으로 많이 받은 질문은 나의 퇴사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이었다.

퇴사 결정을 하면서 부모님의 실망이 가장 큰 걱정거리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후로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부모님은 어김없이 나의 결정을 존중해주었고, 그 어떤 부정적인 말도 하지 않았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어떤 결정을 할 때 부모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족의 무게 때문에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

돌아보면 내가 적성에도 안 맞고 흥미도 없었던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번듯한 직장을 가져서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려야겠다는 마음, 딱 그거 하나였다.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한 배려 없이 시작된 효녀 노릇은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한시름 내려놓으려니까, 그 시름 다시 들어 올리라고 독촉하는 철없는 딸. 부모님은 있는 힘을 다해 그런 딸을 예쁘게 봐주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 만큼, 부모님도 나에게 멋진 부모가 되고 싶을 테니 말이다. 장담하건대, 우리 부모님은 이제부터 우리 구청에서 멋진 부모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오늘은 일찍 집에 와서 부모님과 파전에 막걸리를 마셨다. 막걸리를 잔뜩 따른 밥그릇을 각자 손에 들고 엄마 아빠가 동시에 외쳤다.

"퇴직을 축하합니다!"

엄마 아빠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서 생일 축하를 받는 것처럼 나도 마냥 행복했다. 늙어가는 딸의 퇴직을 축하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우리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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